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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원화의 험난한 길: 한강 프로젝트는 다시 시동을 걸고,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으로 눈을 돌린다
한국은행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실험 '한강 프로젝트'가 한때 멈췄다가 다시 궤도에 올랐다. 9개 은행이 참여하는 2단계가 실거래를 도입하는 가운데, 정작 참여 은행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노리고 있다. CBDC와 스테이블코인의 미묘한 줄다리기를 들여다본다.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앞두고 뜨겁게 달아오르는 사이, 그 이면에서는 국가가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를 둘러싼 또 다른 중요한 실험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바로 한국은행이 추진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즉 CBDC 프로젝트인데, 이 실험의 여정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으며 최근 극적인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때 멈춰 섰던 실험
이 야심 찬 프로젝트는 한강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사실 이 실험은 2단계로 진입하기 직전에 한 차례 중대한 위기를 맞이하며 멈춰 서기도 했다. 당시 한국은행이 이 CBDC 사업을 잠정 중단했던 배경에는 실험에 참여하던 시중 은행들 사이에서 커져 가던 불만과 회의적인 시각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은행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시장의 흐름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침 그 시기에 민간이 주도하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은행들은 통제된 실험에 머무는 CBDC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고 사업성 있는 새로운 기회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73조 원이 살려낸 프로젝트
하지만 위기에 처했던 이 프로젝트는 한국은행이 아주 설득력 있는 새로운 활용 사례를 발굴해 내면서 극적으로 되살아나 다시 궤도에 오르게 되었다. 그 핵심은 바로 예금 토큰을 정부의 각종 보조금이나 지원금을 지급하는 데 활용하는 방안이었는데, 그 규모가 무려 110조 원, 미화로 약 730억 달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정부 지원금 지급이라는 구체적이고 거대한 수요를 확인하게 되면서, 그동안 실용성에 의문이 제기되던 CBDC는 존재의 이유를 명확히 확보하게 되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시험해 보는 차원을 넘어, 국가의 복지 및 재정 시스템과 직접 연결되는 실질적인 활용처를 찾았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9개 은행과 실거래의 시작
이렇게 되살아난 한강 프로젝트는 이제 한 단계 더 진보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준비를 마친 상태다. 한국은행은 오는 9월에 이 프로젝트의 2단계를 시작할 예정인데, 이번 단계의 가장 큰 특징은 사상 처음으로 실제 거래를 도입한다는 점에 있으며, 이로써 디지털 원화는 폐쇄적인 시범 사업의 울타리를 넘어서게 된다.
실험의 규모 또한 이전보다 한층 더 확대되어 그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이번 2단계 프로그램에는 무려 9개의 시중 은행이 참여하게 되는데, 이는 디지털 원화가 소수의 제한된 환경을 벗어나 보다 넓은 범위에서 실제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그 성능과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검증받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하는 중요한 신호로 읽힌다.
스테이블코인으로 향하는 은행들
그런데 여기서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다. 국가 주도의 CBDC 실험에 참여하고 있는 바로 그 은행들이, 동시에 민간 영역인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두 종류의 디지털 화폐 사이에서 은행들이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현재의 미묘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실제로 KB, 하나은행, 카카오뱅크와 같은 주요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 시장 공략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은 스테이블코인과 관련된 상표를 미리 출원하는가 하면, 발행 사업을 함께 모색하기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다가올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대를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공존인가, 경쟁인가
결국 지금 한국의 디지털 화폐 지형도는 국가가 발행하는 CBDC와 민간이 주도하는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복잡하게 그려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 두 가지 디지털 화폐가 앞으로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조화롭게 공존하게 될지, 아니면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하게 될지는 아직 누구도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가상자산 시장 중 하나로서, 미래 화폐의 형태를 실험하는 최전선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와 민간이 각자의 방식으로 디지털 화폐의 미래를 그려나가는 이 거대한 실험의 결과는,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금융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