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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암호화폐 전쟁: 라자루스가 훔친 67억 달러와 사상 최대 해킹의 그림자

markets2026-08-27 · 3 min read · 7 reads

한국이 현물 ETF와 스테이블코인으로 제도권 진입을 서두르는 사이, 국경 너머에서는 전혀 다른 암호화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 라자루스 그룹이 저지른 15억 달러 규모의 바이비트 해킹부터 총 67억 달러에 이르는 탈취까지, 사상 최대 규모 사이버 범죄의 실체를 짚어본다.

한국이 현물 비트코인 ETF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앞세워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을 서두르는 사이, 국경 바로 너머에서는 전혀 다른 성격의 암호화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가 배후에 있는 조직적 해킹, 바로 북한의 사이버 범죄다. 이는 단순한 개인 투자자의 사기 피해를 넘어, 국제 안보와 직결된 심각한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상 최대의 해킹, 바이비트 사건

이 위협의 정점을 보여준 사건이 바로 바이비트 해킹이다. 2025년 2월 21일, 북한이 배후로 지목되는 라자루스 그룹은 두바이에 본사를 둔 거래소 바이비트에서 약 15억 달러 규모의 이더리움을 탈취했다. 40만 개가 넘는 이더리움과 관련 자산이 한꺼번에 사라진 이 사건은, 암호화폐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킹으로 기록되었다.

수법은 치밀하고 지능적이었다. 해커들은 콜드 월렛에서 핫 월렛으로 자금을 옮기는 예정된 이체 과정을 노렸다. 이들은 이 이체를 가로채 자금을 자신들이 통제하는 주소로 빼돌린 뒤, 훔친 자산을 신속하게 비트코인과 다른 자산으로 바꾸고, 수천 개의 블록체인 주소로 분산시켜 추적의 실마리를 지워버렸다.

이 사건이 충격적인 이유는 단순히 금액의 규모 때문만이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보안을 갖췄다고 여겨지던 대형 거래소조차 국가 단위의 조직적 공격 앞에서는 무력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의 부주의가 아닌, 시스템의 근본적 취약성이 노출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업계 전체에 경종을 울렸다.

소송과 자산 동결

탈취된 자금은 수천 개의 블록체인 주소로 흩어져 추적을 어렵게 만든다.
탈취된 자금은 수천 개의 블록체인 주소로 흩어져 추적을 어렵게 만든다.

피해를 입은 바이비트는 이례적인 법적 대응에 나섰다. 2026년 8월, 바이비트는 북한 정권과 그 정보기관인 정찰총국, 그리고 국가가 후원하는 해킹 조직 라자루스 그룹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국가와 그 산하 조직을 직접 겨냥한 이 소송은, 사이버 범죄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대응 방식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소송은 실질적인 성과로도 이어졌다. 미국 연방법원은 예비적 금지명령을 통해,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이번 사건과 연관된 것으로 확인된 자산의 이전이나 처분을 금지했다. 이러한 자산 동결 조치는 탈취된 자금이 완전히 세탁되어 사라지기 전에 일부라도 붙잡아 두려는 중요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67억 달러에 이르는 범죄의 실체

바이비트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블록체인 분석 업체 체이널리시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북한 해커들이 지금까지 탈취한 암호화폐의 총 규모는 무려 67억 5천만 달러에 달한다.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된 이 막대한 금액은 북한의 사이버 범죄가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활동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그 압도적인 비중이다. 2026년 4월까지를 기준으로, 전 세계 암호화폐 해킹 피해액 가운데 약 76퍼센트가 북한 해커들의 소행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제 암호화폐 범죄의 상당 부분이 사실상 하나의 국가 주도 세력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매우 이례적이고 심각한 현실을 드러낸다.

이 자금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문제의 핵심이다. 북한은 이렇게 부정하게 확보한 암호화폐를 자국의 무기 개발 프로그램 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즉, 개인과 기업이 잃은 디지털 자산이 결국 국제 사회의 안보를 위협하는 무기로 전환되는 셈이며, 이것이 이 문제를 단순한 금융 범죄 이상으로 만든다.

자금세탁과 국제적 대응

탈취 이후의 자금세탁 역시 정교하게 이루어진다. 이에 맞서 미국 연방수사국은 공익 안내문을 발표해, 암호화폐 서비스 제공업체들에게 특정 위협 조직과 연관된 거래를 차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자금세탁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된 이더리움 주소들을 공개하여, 업계가 해당 자금의 흐름을 차단하는 데 협력하도록 유도했다.

이러한 대응은 국가와 민간이 함께 움직여야만 효과를 낼 수 있다. 거래소와 지갑 서비스가 블랙리스트에 오른 주소를 차단하고, 국가 간 정보 공유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탈취 자금의 현금화 경로를 좁힐 수 있다. 그러나 해커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세탁 경로를 만들어내는 만큼, 이는 끝이 보이지 않는 쫓고 쫓기는 싸움이기도 하다.

결국 북한의 암호화폐 해킹은 이 산업이 마주한 어두운 이면을 상징한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가 제도 정비와 시장 성장에 힘쓰는 동안, 보안이라는 근본적 과제를 소홀히 한다면 그 성장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화려한 제도권 편입의 이면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전쟁이야말로 가상자산의 미래를 좌우할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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