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연VIEW PROFILE →
은행이냐 핀테크냐: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권을 둘러싼 한은과 금융위의 이견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누가 발행할 수 있느냐를 두고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가 맞서고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멈춰 선 진짜 이유와 9월 단일안의 과제를 차분히 정리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진짜 싸움은 어느 회사가 시장을 차지하느냐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애초에 누구에게 발행을 허용할 것인가이다. 이 문제를 두고 두 금융 당국이 팽팽히 맞서면서, 기대를 모았던 관련 법안이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오늘은 그 교착의 속사정을 차분히 들여다보려 한다.
쟁점의 핵심: 발행 자격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멈춰 선 가장 큰 이유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규칙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치가 법정화폐에 연동되는 만큼, 이를 누가 만들 수 있는지가 곧 통화 질서의 문제와 직결된다. 정의와 인가, 준비금과 공시까지 큰 틀은 상당 부분 정리됐지만, 정작 발행 주체를 정하는 대목에서 논의가 발목을 잡히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의 신중론
한국은행은 발행 자격을 은행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으로 제한하되, 은행이 최소 51퍼센트 이상의 지분을 갖도록 하자는 입장을 내세웠다. 통화 정책과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검증된 은행권이 중심을 잡아야 위험을 통제할 수 있다는 논리다. 화폐에 준하는 자산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판단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
금융위와 MiCA의 사례
반면 금융위원회는 이런 제한이 핀테크 기업의 참여를 지나치게 억누른다고 우려한다. 근거로는 유럽연합의 가상자산 규제인 미카를 든다. 미카 체계에서 실제로 인가를 받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대다수는 은행이 아니라 전자화폐 기관이라는 것이다. 혁신의 문을 좁히지 않으면서도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게 금융위의 시각이다.
9월 단일안과 남은 과제
그럼에도 시계는 돌아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15일 연내에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자산 법제를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정부와 여당은 9월에 하나로 합친 단일안을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어떤 형태로 정리되든, 발행사에는 인가 절차와 함께 엄격한 준비금과 자본, 운영 기준이 요구될 전망이라 그 세부 설계가 관건이 될 것이다.
나의 시각
나는 두 당국의 입장이 모두 나름의 타당성을 지닌다고 본다. 안정을 앞세운 신중함과 혁신을 향한 개방성은 어느 한쪽만으로는 완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이용자를 실제로 보호하면서도 시장의 활력을 꺾지 않는 구체적인 조항이다. 서두르기보다 촘촘하게 설계된 규칙이 결국 시장을 오래 살린다고 믿는다.






